고지전신하균,고수,이제훈 / 장훈
나의 점수 : ★★★★
자주 쓰이던 소재와 플롯의 식상함. 하지만 그걸 뛰어넘는 무엇. 그러나 부족함이 느껴진다.
정말 간만에 쓰는 리뷰같다. 그리고 참 간만에 보는 전쟁영화였다. 사실 개봉 이전에 포스터를 볼 때마다 자꾸 고"자"전으로 읽어서 풉 하고 웃음이 나오곤 했다. 그래서 자꾸 마음속에서 볼 생각이 없어졌는지도 모르지만, 어쨌든 볼 기회가 있어서 보게 되었다.
전쟁영화의 특징은 소재상 전우애나, 인간성 종말에 대한 고발에 치중하게 된다. 나는 그 결정판이 '라이언 일병 구하기'라고 생각한다.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식상한 편이다. 영화 최대의 반전(?)같은 요소는 초중반에 다 까발려지고, 전투중의 희생자는 미리 깔아둔 복선 때문에 웬만큼 영화나 문학내공이 쌓인 분(?)들이라면 금방 예측이 될 정도다. 게다가 전쟁사나 한국사에 관심이 좀 있었다면 영화 최후의 복선마저 대충은 짐작할 수 있다. 이것이 이 영화가 가진 최대의 한계점이다.
그런 한계를 뛰어넘었던 것이 배우들의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. 악으로 부르짖는 소리에 침을 튀기는 모습이 스크린에 비출 때마다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게 되었다. (나만 그런진 몰라도) 고수씨는 참 간만에 스크린에서 본 거 같은데 신하균씨와의 호흡이 정말 인상깊었다. 조연으로 나온 이들도 모두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완수했다. 전쟁장면 묘사도 그럭저럭 괜찮았던 것 같다. 헐리웃의 고예산 블록버스터랑 비견할 바는 못되지만 그냥 그럭저럭 괜찮다 싶은 수준? 엄청나게 멋진 걸 기대하는 건 좀 무리어도 그냥저냥 감지덕지 볼 만한 수준의 장면을 연출한 것 같다.
소재의 한계 역시 현재의 시대적인 위기감 때문인지 자연스레 진하게 느껴진다. 최근의 불안정한 기류와 정치인들의 장난 때문에 요즘 세태가 전쟁이나 무력보복을 너무 쉽게 말하는 것 같다. 일전에 아는 형이 대통령에 대해 "사람을 주판알로 여기듯이 계산하는 사람"이라고 비난한 걸 본 적이 있다. 이것이 옳고 그르고를 떠나서, 만약에 이런 사람들이 전쟁을 논하고 일으킨다면 그것은 정말로 불행한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. 이 영화를 고"자"전이라고 부른다면 그 고자들은 한국전쟁 당시의 지휘부, 정치인들을 가리킬 것이다. 이들이 한국사 비극의 시발점을 찍은 것이나 마찬가지니까.
내가 즐겨 시청하는 2차대전 관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있다(2차세계대전-잊혀진 영웅들). 말미에 참전용사 한 명이 이런 말을 한다. "지금 그 당시 죽은 사람들을 국군묘지에 가서 찾아보면 전부 20대에서 40대의 젊은이들이에요. 이건 참 비극이에요. 정작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있는 사람들은 한 명도 다치지 않았는데 말이죠." 이것이 전쟁 최대의 모순이다. 평범한 사람 하나하나에겐 땅 한 뼘 더 차지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. 그들에겐 자신의 인간적인 존엄함,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중요한 것이다.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피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기를 빌지만, 알 수 없이 불안한 기분에 빠지는 경우가 잦아드는 요즘이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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